2009년 1월 20일 화요일

8화

 

8화 -핵(核)-


2005년 4월, 이른바 '2일 전쟁' 에서 한국은 타이타닉의 도움으로 중국의 침략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전쟁 직후 UN은 엄연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을 침공한 중국의 침략행위를 비난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EU또한 중-EU FTA 추진을 중단시키고,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던 글로벌 기업들은 그 공장들을 모두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전시켰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약 5천만명의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완전히 잊혀 지게 되었다. 중국은 당해도 싸다는 전 세계 국가들이 의견을 같이해서 이 피해참상을 묻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받아내자는 '대(對)중국 협상론'이 대두되었다.


[2005년 4월 30일, 타이타닉 함대 하남 본부]


청랑 코퍼레이션 직원들은 내일 모레 월요일부터 시작될 정상업무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 선발된 정식 대원과 직원들의 수는 -정확한 수치는 기밀이므로 밝힐 수 없지만- 대략 1만 4천여명 정도였다. 이는 현 세계 최대의 함대인 팩스 아메리카나 함대보다 2천여명 가량이 많은 수치였다.


"그나저나, 중국과의 협상은 하기는 할 거야?"

인자성이 훈에게 물었다. 훈은 의외로 조용하게 있었다.


"당연히 얻어내야 할 건 얻어내야죠. 근데 우리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중국 측에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면 세계가 파렴치하다고 우리를 매도할 거 에요."


"그럼, 어느 정도의 보상이면 되나?"


"저는 지금 연변 조선족 자치구의 한국으로의 반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변 조선족 자치구? 어디 붙어있는데지?"


"그건 여기를 봐주세요."


훈은 자기 앞에 있던 투명 모니터를 손으로 조종하면서 중국지도를 화면에 불러왔다.


"길림성쪽을 확대하고…두만강의 북쪽일대…아, 여기에요."


훈은 조선족 자치구의 지도를 모니터에 띄웠다.


"생각보다 크군."


"남한보다는 좀 작지만,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이 지방은 중요한 지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방에 대해서 알려면 간도의 역사를 조금 알아야해요."


"간도? 북간도, 연해주 조선영토론말이냐?"


"바로 그거에요. 조선말기에 흉년으로 살기가 힘들어진 백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너 이 지역을 개척하였죠. 우리의 선조들이 말입니다."


"그럼, 여기는 애초에 우리땅이 아니였단 소리야?"


"이 지역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에요. 백두산이 만주족들에겐 성산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청은 여기에 사람이 살지 못하게 봉금구역을 설정하지만 이마저도 계속 넘어오는 유민들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게 되죠."


"그럼 당시의 경계같은게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경계라면 1712년에 세운 '백두산 정계비'에 나와있어요. 이 비에 '서쪽은 압록강, 동쪽은 토문강'이라고 국경을 정해놓고 있어요. 근데 목극등은 토문강의 위치를 잘못 확인하고 본 경계인 두만강이 아닌 송화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를 토문강으로 착각했어요. 이 사실을 안 조선 조정에서는 관련자들의 심문했고, 이 사실이 숙종실록에 쓰여져있죠."


"복잡한 역사로군…지금까지의 네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래. 원래 간도는 우리땅이 아니었지만 우리가 슬금슬금 빼앗은 땅이라는거 아냐?"


"대충 그런셈이죠."


"그러니까, 이번에 협상을 벌여서 중국측에게 이 땅을 한국영토로 반환하도록 하겠다는건가?"


"이번에 아예 국경을 새로 정하려고 해요. 지도를 보니까 국경이 틀려지는 부분이 많이나오더라고요. 러시아에 붙어버린 녹둔도도 그 중 하나고요."


"뭘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알고있냐, 너는?"


"왠지 이런쪽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작년에 히빠(히틀러 빠)했던거 생각하면 속에서 신물이 올라와요…"


"너도 참 불쌍한 아이구나…왜 사람들은 그런것에 집착하고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자꾸 빠져드는 걸까?"


"자신안에 있는 열등감의 해소죠. 환단고기도 그런 자위물중의 하나에 불과해요. 환단고기가 위서라는걸 알고나서 얼마전에 이 기지에 입고시켜 놓았던 환단고기 관련 책들을 모두 불태웠어요."


"그거, 설마…어제 밖에서 웬 연기가 이렇게 많이난다 싶더라니. 네 짓이었구나! 그 책들 내용은 중요하지 않지만 가격이 얼만데!"


"합해봤자 10만원도 안될걸요? 그냥 액땜했다고 치세요, ㅋ."


"못말려 정말…"


훈과 인자성은 바깥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은 난방처리때문에 따뜻했지만, 이제 봄인데 난방을 틀어봤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훈은 달려있던 난방기를 꺼버렸다.


"그나저나 이제 협상론은 확정된거지?"


"국민의 대다수가 기정사실화된걸로 알고있어요."


"그럼, 다시 한번 청와대로 가자."


"네?! 청와대란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올 수가 있나요? 그러고, 인자성씨는 청와대가 안방이라도 되시는 모양이시죠?"


"아까 네가 오기 전에 이미 비서실과 연락 끝내놨다. 지금 각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셔. 너도 알다시피 이 문제는 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우리 독단으로만으론 못 처리한다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간도를 수복하고자 하는 의지을 강하게 내비쳤고, 이에 다른각료들은 모두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해보라, 자기가 남한테 맟아서 뭔가 보상을 받아내긴 해야하는데, 그 기회가 찾아왔으니 당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그랬다.


"저기, 각하. 우리가 간도를 되찾는다면, 그 땅에 있는 조선족들이나 한족들의 처리는 어떻게 하실건지…" 국무총리가 물었다.


"한족은 무조건 추방하고, 조선족은 대거로 한국에 유입시키는 방안을 토론중입니다."


"무모하십니다, 각하! 조선족들이 대규모로 유입되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고, 한족을 추방하면 그 강제추방의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다시 한번 전쟁을 치러야할지도 모릅니다!" 국방부장관이 크게 반발했다.


"지금으로선 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강경하게 나가지 못한다면 이번 협상의 주도권을 중국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국방부장관께선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그럼 북방에 병력을 증원시키든지 해서라도 무력충돌을 막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


국방부장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흠…그러면 말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보상금도 아닌 영토의 일부를 원한다는 것은, 비웃음거리가 될지도…모릅니다." 외교부장관이 말했다. 30여년 동안 국제외교관으로 활동해온 외교부장관은 대통령의 이번처사가 너무하다고 생각되었다. 


"중국 국내에서는 한반도를 접수하고 일본과 태평양을 넘보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국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고, 공산당 정부는 권력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어지러운 이때를 기회로 삼아 간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은 이 회의에 있던 사람들 중 아무도 꺾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때, 훈이 문을 열면서 들어왔다.


"누군가? 저 사람은…" 국정원장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저를 모르시는 건 아닐 테죠? 국정원장님. 국정원 내부에서 따로 비밀부서를 만들어서 WFCN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 함대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만?"


"!!!"


"제가 정곡을 찌른 건가요?"


"보아하니 학생 같은 데, 학교는 안가고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여기는 너희들 같은 어린 꼬맹이들이 올 곳이 아니란다. 어서 나가거라!" 외교부장관이 말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대통령이 말리고 나섰다.


"실은 제가 말씀을 못 드린 것이 있었는데…이 아이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함대 총사령관입니다."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빨리 인사를 드려라!' 하고 말했다.


"저는 남한중학교 2학년 1반의 학생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함대 총사령관 장.훈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어린 꼬맹이가 우리나라 최초의 함대 총사령관이라고?" 국방부장관은 갸우뚱했다.

"증거는? 학생이 총사령관이라는 증거는 있나?" 의심 많은 국정원장이 물었다.


"총사령관만이 알 수 있는 이번 달 WFCN 함대전용 라인 접속코드를 가르쳐드릴까요? 접속코드야 각 함대마다 무작위로 주어지고 한번 접속하면 그 코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만 그 방법을 뚫으신 국정원장님이야 당연히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흥! 그럼 어디 한번 말해보게." 국정원장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WFCN-92748227352886, K92QLD4491, TT-0187671I5. 됐나요?"


"한번 적어보게.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지 알아야겠어."


"저, 국정원장님. 저 아이가 WFCN 코드의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알고 있습니다." 지켜보던 국정원 부장이 귓속말로 말했다.


"뭐야?!"


"여기 있습니다, 국정원장님." 훈은 어느새 코드를 적어서 국정원장 앞에 내밀었다. 쪽지에 적힌 코드와 부장이 마련해온 코드를 비교해보던 국정원장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말이 안 돼다니요? 솔직히 따지고 보면, WFCN을 무단으로 해킹해서 함대들의 기밀정보들을 빼가는 게 잘한 행동인가요?"


국정원장은 할 말을 잃었다. 국정원장이 될 정도의 논리력이면 이런 학생 정도는 금방 잠재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학생, 아니 총사령관, 자네가 이끄는 함대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국방부장관이 말했다.


“타이타닉 함대입니다.”


“타이타닉이라면…대서양에 가라앉은 여객선의 이름 아닌가?”


“Titanic이라는 영어단어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Titan족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Titanic은 ‘거대한’ 이란 뜻도 가지고 있죠.”


“‘거대한’이라, 뭘 보고 거대하다고 하는 건가?”


“저희 함대의 무기지원을 청랑에서 맡고 있습니다.”


“처, 청랑이라고 했나, 자네?!”


“예, 현 대한민국에서 재계 10위권안의 기업인 그 청랑입니다.”


“각하, 설마…전에 이 함대와 연합군을 구성하자는 것은 이 사실만을 보고 결정한 것입니까?” 국방부장관은 당황했다. 장관은 한나라의 중대사안인 군사부문을 이런 사실 하나만보고 성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니냐하고 대통령을 보면서 말했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 국군의 청랑産(산) 무기 도입비율은 장관도 아시다시피 50%도 채 안됩니다. 청랑산 무기가 뛰어난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무기로 100% 무장한 타이타닉 함대야말로 이 지상 최고의 함대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현재 추진 중인 그 계획은 어쩌실 겁니까?” 국방부장관이 소리쳤다. 대통령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훈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짐을 느꼈다.


“그 계획이란 게 뭔데요?” 하고 훈이 묻는 순간, 국방부장관은 자신이 이 자리에서 해선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호기심이 강한 훈이 달려들면 이 계획이 무슨 계획인지 들통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은 없는 법.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대통령이 무거운 입을 먼저 열었다.


“이렇게 된 거, 지금 이 자리에서 중요 간부들과, 타이타닉 함대 총사령관에게만 이 사실을 밝히겠습니다. 방금 전에 언급되었던 그 계획이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강력한 위력의 실험’입니다.”


“강력한 위력이란 어느 정도의 힘을 뜻하는 거죠?” 국정원장이 물었다.


“Nuclear, 핵무기입니다.”


대통령이 이 말을 한 순간,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전원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핵무기 개발 시도가 있었다. 1981년까지 핵무기를 개발해서 자주국방의 꿈을 이룩하려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암살됨으로서 핵무기 개발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현 대통령도 박정희 같이 암살되는 꼴이 날 수도 있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 때 훈이 입을 열었다.


“저희 함대는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아, 부연설명을 깜빡했네요. 저희 함대에선 핵무기보다 뛰어난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하프늄 폭탄의 개발에 성공해, 이미 실전배치에 들어갔습니다.”

“하프늄 폭탄? 전체의 몇 퍼센트 밖에 위력을 끌어낼 수 없다고 하는데?” 국방부장관이 의아해하면서 말했다.


“저희 함대는 하프늄의 위력을 전체의 45%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45%? 이 정도면 서울의 절반이 날아갈 텐데?”


“절반 이상이겠지요.”


“실험은 진행하고 배치한 건가?” 외교부장관이 물었다.


“실험이야 이미 진행되지 않았나요? 베이징 말입니다.”


“베이징을 날려 버린 게 자네들 짓이었단 말인가?” 국정원장이 말했다. 이놈들은 너무 위험한 위험분자들이로군.


“아마 그때 폭발 때 발생한 위력을 핵폭탄 급으로 환산했을 때에는…대략 2~5mt정도입니다.”


“메가톤급이란 말인가?”


“최소 폭발위력도 적어도 800kt급입니다.”


“그 계획도 자네들의 실력에는 못 미치는군. 안 그런가, 총사령관?” 국방부장관이 말했다.


“그 계획에서 구상하고 있는 핵폭탄의 위력이 어느 정도 인데요?” 훈이 물었다.


“순수 포신형 핵폭탄으로 20kt, 히로시마 급일세.”


이 소리를 듣고 가만있을 훈이 아니었다.


“저런, 남아공처럼 내폭형 핵폭탄은 완전히 배제하시는 건가요, 장관님?”


“그건 아닐세. 내폭형으로는 79kt까지 이미 만들어 놓았어. 코발트도…”


“네?! 코발트를 사용한다고요? 그건 안돼요!” 훈이 펄쩍뛰며 소리쳤다.


핵무기에 코발트라는 금속을 부착해서 같이 폭파시키면 방사능 낙진의 영향이 수배로 불어나고, 다량의 방사능이 지구를 수 바퀴를 휘감아 돌면서 전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었다. 1957년, 영국이 호주에서 코발트 폭탄 실험을 강행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만약 실험이 성공 했으면 우리는 밝은 햇살 아래가 아닌 태양이 없는 어두운 세계에서 암울하게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어 이 실험이 실패한 것을 축하하고자 한다. 정말 세계의 경사다.)


길길이 날뛰는 훈을 보고 대통령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코발트는 당장 제외시키세요, 알았죠?”


“아, 알았네. 그럼 코발트는 당장 빼도록 하지.” 국방부장관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끼어들어 미안하지만, 이제 총사령관에게도 말해 줘야할 것 같네.” 대통령이 말했다.


“뭘 말이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핵실험 말일세.”


“핵실험이요? 언제, 어디서 진행할겁니까?”


“내일 오전 12시 정오, 독도 북서쪽 해상 15km!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될 걸세.  이걸 발판으로 삼아 우리 한국은 세계로 웅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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