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9일 일요일

3화 -흔들리는 역사, 그리고 그들-

3화 -흔들리는 역사, 그리고 그들-

 

2005년 3월, 거대한 파랑의 시작점이었던 그 때,

대한민국 정부는 타이타닉과 청랑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 NIS,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국정원 건물의 깊은 지하에는 비밀부서인 세계 함대부가 있었다. 이 부서의 역할은 전 세계의 함대를 관찰하고 감시하면서 한국에 해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기구이다. 이들은 WFCN (World Fleet to Communication Network, 전 세계 함대간 통신 네트워크)로 침투해 정보를 빼가고 있었다.
이는 국제법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들의 행위를 아는 자가 없었기에 더욱 날뛸 수 있었던 것이다.

 

"어? WFCN에 우리나라 국적의 함대가 등록이 되었습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한 부서원이 소리쳤다.

 

"그게 정말인가? 1984년 이래 우리나라 함대는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계 함대부 부장이 말했다. 이게 훼이크가 아니라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도 당당한 함대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 함대의 이름은 뭔가?"

 

"타이타닉 함대입니다."

 

"타이타닉이라…불길한 이름인데… 후원하는 기업체나 재단은 있나?"

 

"청랑에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청랑?! 이거 잘하면 지구가 한번 뒤집어 지겠는데?!" 부장은 청랑이란 이름을 듣고 놀랐다. 청랑이면 세계 제일의 군수품 생산회사가 아니었던가! 청랑이 개입하면 타이타닉 함대에 무제한의 무기공급이 있을수도 있었다. 또, 타이타닉이 전 세계를 정복한다 쳐도 무기 공급원이 청랑이라면 무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럼 굿니스인가, 바이스인가? 바이스의 함대라면 큰 일이 나고 말거야.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어…"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굿니스의 함대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휴우~" 부장은 안심하고 탁자에 놓여있던 커피잔을 들었다.

 

"부장님! 방금 전에 한국 국적의 함대가 또 등록되었습니다! 바이스의 함대입니다!" 부장이 놀라면서 커피잔을 떨어뜨렸다. 스테인리스잔이라 깨지지는 않았다.

 

"바, 바이스의 함대라고! 골치 아프게 되었군…"

 

"네? 부장님, 그게 무슨말씀이신지요?"

 

"자국내에서 굿니스와 바이스의 함대가 충돌했던 나라들이 무사했던 사례는 없었단 말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최근 안정을 되찾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이 선례지. 그나저나 그 함대 이름이 뭔가?"

 

"루시타니아 함대입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큐나드 연합 함대'에 소속 되어 있습니다."

 

"타이타닉, 루시타니아, '큐나드'… 어?!" 부장이 뭔가를 생각해 내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이 쯤에 있을텐데…이거다!

'RMS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14일 빙산에 충돌해 침몰…유명해진 이유는 어두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때문이다. RMS 루시타니아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5월 17일 아일랜드 남쪽 해안에서 U-보트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이는 미국의 참전을 불러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큐나드는 1838년 캐나다에서, 이때 쯤이면 캐나다는 영국령 이었겠지? 하여튼 캐나다에서 새뮤얼 큐나드란 사람이 British and North American Royal Mail Steam Packet Company (영국과 미국간 고급 증기 우편선 회사)란 회사를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고것 한번 이름 참 길게 지었네, 퀀 메리 호와 퀀 엘리자베스 2세 호, 올해부터 첫 운항에 들어간 퀀 메리 2호까지 모두 이 회사 소속이구먼. 그러고 보니, 지금 까지의 함대들 중 배의 이름을 딴 것이 많았지? 왜 일까?" 부장은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그 공통점이 발생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타이타닉 호는 화이트 스타라인 소속으로, 올림픽 호ㆍ브리타닉 호와 함께 올림픽 급(級)에 속한다. 그리고 큐나드에 1933년에 합병인수…그리고 현재에 큐나드 연합 함대와 화이트 스타 연합… 대체 뭘까…'

 

2005년 3월 29일

 

[일본 도쿄도 추오구, 니혼함대(日本艦隊) 본부]

니혼함대 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73층의 거대한 빌딩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압도시키면서 도쿄의 하늘속으로 높이 솟아있었다. 이웃나라 한국의 함대출현소식은 니혼함대를 긴장상태로 만들었다.

 

"쿠로시로 부총사령관님, 한국에서도 함대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어떤 기업이 지원하는가?"

 

"우리 일본의 대기업들과 막상막하로 다투는 청랑이라고 합니다."

 

"청랑?! 이거 큰일났군, 죠센놈들이 통일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데…총사령관은 이럴 때 여행준비에 들떠서 콧노래나 흥얼거리고 있고 말이야, 기본이 되지 않았단 말일세…"

 

니혼함대 부총사령관 쿠로시로 이치로(黑城一郞)는 요즘 신세대들은 너무 까졌다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영국으로 여행이라, 얼마있으면 영국에서 주둔함대 투표가 시작되는데 우리 함대는 주둔권은 커녕 투표권도 안 주다니…'

 

2005년 4월 1일

 

[미국 애틀랜타, 팩스 아메리카나 함대(Pax Americana Fleet) 제1 본부]

오각별 모양의 본부 건물(펜타곤이 아님) 3층 총사령관 집무실에는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그린 세계 지도와 'Royal Imperial United States of America'란 휘장을 들고 있는 독수리 문장이 걸려있었다.

 

"총사령관님, 워싱턴D.C.에서 긴급 전갈입니다."

 

"갑자기 웬?!"팩스 아메리카나 함대 총사령관 빌 앤더슨(Bill Anderson)은 잠잠해야 할 철에 긴급 전갈이 날아온 것에 의아해했다.

 

"어디보자, 코리아에서 타이타닉 함대 창설, 청랑이 후원하고 있으므로 묵과해선 안될것??? 이봐,"

 

"Yes, Sir!"

 

"오늘이 April Fools' Day(만우절) 라고 이런 장난을 치면 안되지. 장난을 치려면 조금 더 그럴듯 하게 치도록."

 

"저, 이 문서는 진짜로 워싱턴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WFCN에 등록되어 있답니다."

 

"벌써?! WFCN에 등록하려면 절차와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잠깐만, 청랑?! 청랑이라고 했나, 자네!"

 

"예, 분명히 청랑 코퍼레이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회사가 개입하다니, 이제 이 판도 끝날 때가 다가오는군. 지금 당장 극동으로 크로스 항모전단을 투입시켜서 일본에 주둔시켜. 태평양 제7함대랑 합류하라고 해서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도록."

 

"Sir, 궁금한게 있는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 하시는 건지…"

 

"과민반응이 아냐! 자네는 코리아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몰라서 그래! 전의 상황으로 봐서 지금 당장 핵을 떨궈도 시원치 않을판에…"

 

팩스 아메리카나 함대로서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하나있는데, 20세기의 막바지인 2000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저지하려 대규모 침공을 계획하다가 이익이 안된다고 판단해 물러난 사건이 었었다.

 

'그 때 침공했으면 한국에 분단상태를 고착화 시켜 철 지난 무기들을 대량구입 하도록 할 수 있었는데…젠장할 망할 놈들의 차이니즈때문에 일 다망쳤어!!!'


2005년 4월, 전 세계에 타이타닉 함대 창설 소식이 전해지고, 초강 함대 연합(超强艦隊聯合, 초강대국들의 함대로 구성)은 세력 견제를 위해 한국 주변으로 군대를 배치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2005년 4월 4일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루시타니아 함대 지하 비밀기지]

하남 시민들은 풍산동 지하에 거대한 비밀기지가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입구가 워낙에 감쪽같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관계자 외 출입불가였다. 기지 중앙에 위치하는 컨트롤 룸에 베를리니아와 함대의 총사령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베를리니아, 오늘이 그 날이에요."

 

"그래,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어."

 

"온 세상 사람들에게 공포를 선사하고, 타이타닉을 매장시키는 거예요."

 

"몇 번을 들어봐도 대단한 플랜이군. 바이스의 바테스 중 능력이 가장 센 나도 그들 앞에 무릎 꿇을 뻔 했어. 그날의 치욕을 반드시 되갚아 주고 말테다!"

 

"여기가 바로 시작이에요. 이 운터베르크(Unterberg)에서 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계획을 짜는 거예요!"

 

"크하하하하!!! 넌 참 멋진애로구나!!!"

 

"이제 곧 복수의 시간입니다, 베를리니아. 자, 나가죠."

 

-키이잉 하고 지상으로 연결된 통로가 나왔다.

두 사람은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 시각, 훈과 수연은 청랑 본사 건물 지하에 있었다.

 

"인자성씨, 이 지하는 뭐하는 공간이죠?" 훈이 물었다.

 

"너희들을 위한 비밀 공간이다, 소워 말하는 아지트지." 인자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순간 -쿠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거대한 지하비밀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건?!"

 

"대단하지? 이 건물을 여기에 지은건 이 기지를 숨기기 위해서 였어."

 

"아직 한산하네요, 대원들은 아직 인가요?" 훈이 물었다.

 

"지금은 대원 모집 기간이야. 정상 업무시작인 5월까지는 참아야될걸."

 

"한달이나 기다리라고요?! 전 제 밑에서 움직일 대원들을…"
훈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인자성이 말을 끊었다.

 

"대원들이 자기들보다 어린 니 말에 순순히 따라줄 것 같아?"

 

"네?!"

 

"니가 대원들을 제대로 통솔하려면 일단 카리스마부터 키워. 그리고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줄 알아야 돼. 그럴 자신 있어?"

 

"…당신이 말한 세계의 대멸망까지는…노력 해볼께요."

 

-쿠웅-

 

[-Warning, Warning! 풍산동 상공에 루시타니아 함대 소속의 전폭기 출현! 청랑 무기 사전에 등록 되지않은 신종 전폭기 입니다.-]

 

"루시타니아 함대?!"

 

"너희가 직접 나갈 때가 됐어!"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몸빵이나 하라고요?!"

 

"훈이 니가 부탁한 무기들은 아직 시험도 안 거쳐서 쓸 수가 없어!"

 

"젠장할! 나도 저런것 쯤은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은 있다고요, 수연아, 가자!"

 

"어, 아, 알았어."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잘해라, 얘들아. 너희들이 마지막 희망이다.'
인자성은 속으로 저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직원이 뛰어오며 말했다.
"회장님! 장훈 군이 말한, 헉, 헉, 모든 무기의 시험이, 헉, 끝났습니다."

 

"그럼 진작에 알렸어야지! 너무 늦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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